설국만담(雪國漫談)

일본라멘을 즐기는 TIP : ‘일본라멘과 우리의 입맛’ 본문

일본음식만담 食べ物/라멘 ラーメン

일본라멘을 즐기는 TIP : ‘일본라멘과 우리의 입맛’

모리코네 2016. 4. 30. 01:08

일본라멘을 처음 먹었을 때 우리의 공통적인 첫 반응은 '짜다' 라는 한 마디이다. 나트륨 섭취량을 줄이는 분위기에 너도나도 저염식을 해 온지 꽤 많은 시간이 흘렀으니 그럴 법도 하다.  예식장에서 나오는 갈비탕도 짜다며 자기아이에게 먹이는 갈비탕에 물을 마구 붓는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그냥 안 먹이면 되지, 왠 호들갑인가 싶기도 할 때가 참 많다.  좌우지간 짜다~ 짜다~ 하면서도 일본에 왔으니 명물 라멘을 맛을 봐야 되겠고, 면만 조금씩 먹다가 국물은 남기는 광경이 자주 보인다.  그런 분들을 위해 나트륨에 내상을 입지않는 '팁'이라면, 일본어 한마디 뿐이다. 주문할 때 유창하게 해주시라~ "우쓰아지데 오네가이시마쓰"('싱겁게 부탁합니다'), "시오카라쿠나이요오니 오네가이시마스"(짜지않게 부탁합니다.)


하코다테 시오라멘점 '아지사이' 의 앗사리 우스아지 시오라멘 - 라멘은 주문에 따라 안 느끼하고 안 짜게 먹을 수도 있다.


삿포로역 근처의 '삿포로 라멘 공화국' 이란 곳에서는 홋카이도 각지의 꽤 유명한 점포들이 맛을 알리기 위해 한 곳에 모여있다. 일전에 하코다테의 아지사이 라는 가게가 입점해 있을 때 '시오라멘'을 먹어 본 적이 있다.  '시오라멘' 말 그대로 소금라멘이다.  소금맛 라멘... 조금 어색하기도 한 이름이다.  우리가 한국에서 흔히 먹는 국밥이름을 열거해 보자. 소머리국밥, 콩나물국밥, 사골우거지국밥, 황태국밥, 뼈다귀해장국밥, 내장탕국밥, 선지국밥, 등등 모두 첫머리가 주재료의 이름으로 되어있다.  음식들에 소금은 다 들어가게 된다. 간을 맞추기 위해서... 그런데 소금라멘 이란다. 소금이 메인이다. 소금의 맛이라.. 종류에 따라 짠맛과, 쌉쌀한맛, 단맛 등이 섞여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지만...조금 어렵게 느껴진다.  


자주가던 어느 가게 시오라멘


필자는 자주가는 라멘집에서 항상 "시오라멘~ 우스아지데~!!" 라고 주문을 하곤 한다.  하루는 점주가 물어왔다. "소금라멘인데 소금이 안들어가면 무슨 맛 으로 먹나?"


언뜻 듣기에는 일리가 있는 말 이었지만 한편으론 생소하기만 했다.  국물은 닭뼈나, 돼지뼈로 우려내었을테고, 파와 차슈등의 고명을 얹고, 마유나 돼지 등심 기름으로 스프 표면을 코팅하는 등의 일반적인 조리과정을 연상하면서 스프를 음미해본다. 뜨끈 짭쪼름함이 혀를 자극하며 그 뒤에 파의 향긋함, 기름의 풍미와 함께 스프의 구수함이 밀려온다.  우리가 설렁탕을 먹을 때 소금을 너무 적게 첨가하면 진한 맛이 잘 안느껴진 다는 것은 알고있는 사실이다. 진한맛! 진한맛이란 무엇인가?  일본라멘집에서 코이아지 우스아지 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하지만 그 표현 뉘앙스?에 있어 한국과는 좀 다르게 사용하는 것 같다.  '코이아지'라고 주문을 하면 라멘이 대부분 더 짜게 나오더라.  장시간 고기를 우려낸 진한 국물맛! 한국말로는 쉽게 이해가 된다.  맹물에 소금을 많이 넣는다고 물 맛이 깊고 진해지지는 않으니까.  짜고 싱겁게하는 소금은 역할은 다른 맛을 좀더 끌어올리는 일종의 매개체 역할이 아닌가 생각을 한다. 그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모르고 주문하면 나트륨 폭탄이 스윽 다가올지 모른다.



자주가던 어느 가게 시오라멘


라멘을 조리할 때 물론 집마다 특성이 있지만 대개는 그릇을 데우고 거기에 소금, 간장, 된장 기본 맛내기 소스를 담고, 그 밖의 양념을 미리 담아둔 뒤 뜨거운 육수를 혹은 중화팬에 기름을 넣고 숙주, 파, 마늘 등을 볶다가 거기에육수를 넣고 끓여낸 것을 그릇에 담고 섞는다.  이어서 옆에서 삶아낸 면을 그릇에 넣고 형태를 잡은 후 고명을 얹어 낸다.  또한 가게마다 스프와 면을 담는 순서 기름의 사용 방법 등에서 조금씩 다를 것이다.  이 때 코이아지와 우스아지는 우리가 생각하는 베이스 스프의 농도가 아니라는 점 이다.  혹시 진한 육수와 연한 육수를 별도로 두고있을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적당히 물을 섞어서 조절하겠지만, 육수자체에 간이 되어있는 경우는 드물다고 생각한다.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쇼유라면의 경우는 어떻게 조리하란 말인가?


삿포로에서 첫 만남! 어느 중화라멘집의 550엔 짜리 시오라면.  정말 짰다.


스시 포스팅 중에 '가장 맛있는 음식은 당신이 익숙한 그 음식'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반문하시는 분이 계실런지 모르겠지만 필자의 생각은 그렇다.  또한 믹스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었다. 돼지고기면 돼지고기, 소고기면 소고기. 이유는? 바로 그렇다. 익숙하지가 않아서이다.  일례로 자주 먹다보니 이제는 돼지고기 소고기 믹스가 기본인 함바그 굽는 향기만 맡아도 군침이 돌게 되었다. 


라멘 이야기로 돌아와서. 어떤 사람들이 일본여행 3~4일 동안 라멘집 한 두군데를 가보고, 느끼하고 맛이 별로 였다는 경험만으로 아 일본라멘은 느끼하고 짜고 별로야!! 라는 표현을 보거나 듣고 지나쳤을 때,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일본에 오래살아서 라멘을 자주 접한 외국인이 아 일본라멘은 맛없어 라고 한다면 그것 또한 익숙하지 않아서 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그래서 좀 더 맛있게 일본라멘을 즐길 수 있도록 필자는 다음과 같은  표를 만들어 보았다. 후쿠오카의 이치란라멘 가게등에서 볼 수 있는 주문표의 심화판이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듯하다.



오랜기간동안 각기 다른 지역에 살면서 우리는 각자 '입맛'의 기준이 형성되어 왔다.  그 입맛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경험해 본 적이 없는 '맛있어' 라는 그 감탄사에,  우리의 호기심은 고개를 빼꼼 내밀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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